토지공개념을 재정립해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정부 들어 투기억제는 일정 성과를 내고 있지만,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와 부동산소유 집중 완화에 실패했다는 인식에 따른 지적이다.
“토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 보장, 토지공개념 재정립해야”
최근 도시재생·전략포럼과 임팩트금융포럼이 함께 주최한 ‘응답하라! 1989 : 토지공개념 소환 청문회’에서 참여연대 이강훈 변호사는 “토지소유가 소수에게 편중되면서 주거권 불안이 악화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제는 ‘투기억제 등을 통한 경제질서 왜곡과 불평등 방지’차원을 넘어 ‘토지에 대한 평등한 접근 보장을 통한 도시의 포용성 증진과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까지 염두해 둔 토지공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한 개헌안을 통해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헌법적 근거를 명시한 바 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개헌안 내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현행 헌법에서도 제23조제2항과 제122조 등에 근거 해석상 토지공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을 구현하는 택지소유상한에 대한 법률은 위헌, 토지초과이득세법은 헌법불합치를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법은 끊임없이 위헌 공격을 받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의미를 분명히 하고, 한정된 자원인 토지에 대한 투기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 시장효율성 증가를 위해 어느 정도 국가개입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을 마련할 당시 실무당담 국장이었던 이규황 한국경제사회발전연구원장도 “토지는 시장에 완전한 재화는 아니다. 시장효율성 증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개입이 필요하다. 지가상승은 용도지역 변경, 주변시세 증가, 사회적 요인 등에 의한 것이지, 본인 노력에 따른 자본이득이 아니다. 정당한 노력에 의한 자산증대로 볼 수 없다. 또한 생산력과 경쟁력, 근로의욕을 저해하는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며 “토지소유에 따른 불로소득을 환수해 개발이익에 따른 사화경제적인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토지공개념을 확대 도입해 법안을 마련했다”며 1989년 당시 토지공개념 3법의 입법 목적 및 취지를 설명했다.
택지소유상한제 위헌과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한 헙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역시 입법취지에는 공감했다는게 이강훈 변호사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헌재는 토지공개념을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입법을 할 수 있다는 전제였다. 조문에 위헌과 헌법불합치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헌재가 합헌 컨설팅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 “(택지소유상한제는) 국민 주거생활 안정 꾀하고자 하는 것”
실제 헌재는 위헌 결정문을 통해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해 “실수요자가 아님에도 지가상승을 기대하고 토지투기 등 목적으로 토지를 필요이상으로 보유함으로써 실수요자 토지소유와 이용을 가로막는 사회적·국민경제적으로 유해한 행위를 방지, 궁극적으로 택지의 적정한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써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택지소유상한선에 대해 “660㎡를 초과하는 택지를 취득할 수 없게 한 것은, 적정한 택지공급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이라며 위헌으로 결정했다. 토지공개념을 구현한다는 입법취지와 목적은 ‘합헌’이지만, 제한의 수준이 과도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최근 도시재생·전략포럼과 임팩트금융포럼은 ‘응답하라! 1989 : 토지공개념 소환 청문회’를 공동주최했다. ©중기이코노미
보유세 강화하고, 개발이익에 따른 지가상승 관련부담금제 정비해야
이강훈 변호사는 1989년에 시도했지만, 완결짓지 못했던 토지공개념을 재정립을 전제로 토지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 변호사 “과세대상을 지나치게 좁히고 세율을 과중하게 설정할 경우 부동산 과다보유에 대한 징벌로 인식돼, 이념적 반발만 일으키고 세입목적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보유세를 투기억제와 과도하게 연결하는건 세제개혁에 대한 논의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개발이익으로 인한 지가상승 관련부담금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강훈 변호사는 “토지초과이득세법 폐지로 공공자금이 들어간 개발사업으로 지가상승을 누린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부담금제도가 없어졌다.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도전포럼 공동대표로 활동중인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헌법상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문제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미 헌법에서 토지공개념을 인정하고 있다. 특별히 추가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방안이 많다”며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가령 보유세의 경우 특정계층에 한정한 징벌적 조세인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적용할 것이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현아 의원은 또 “규제주체인 정부도 실패할 수 있다”며 “정부에 대한 견제 측면에서 볼 때, 헌법상 토지공개념을 과도하게 강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